난 운전을 늘 하고 있다. 운전을 하는 주 용도는 주로 출퇴근이나 주말에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다. 운전을 생계로 하지는 않아서 운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전 습관의 여러 면을 볼 수가 있다. 도로에선 별의별 운전자들을 다 만나볼 수 있는데 운전을 하다가 가장 많이 느끼는 점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꽤나 위험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위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무리하게 끼어들기, 급가속 급출발 등등이 있겠지만 내가 볼 때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이 드는 것은 “도로에서 빨리 달린다.”라는 것이다. 속도를 줄일 때와 가속을 할 때 너무 급하게 하는 운전자들이 꽤 많다. 또한 고속도로에서는 마치 레이싱을 하듯이 달리는 차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 “민식이법”이 제정되었는데 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스쿨존에서도 생각보다 빠르게 달리는 차들이 꽤 많았다. 학교 앞 횡단보도 앞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통과하는 차들이 워낙 많다 보니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이런 사례를 막아보려고 “민식이법”이 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반 도로의 횡단보도 앞에서도 뭐가 그리 급한지 보행등이 켜지면 일단 멈춰야 하지만 사람이 안보인단 이유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도 생각보다 꽤 많다. 우리나라에선 횡단보도 앞에서의 교통사고 건수가 꽤 많은 편이다.
그만큼 빨리 가야 되는 이유가 있을까? 아니면 워낙 변화가 빠르고 바쁜 까닭에 빨리 가지 않고는 못배기는 걸까?
현재 도로에서의 “빨리빨리”는 어떨까?
대한민국에서의 도로에서는 과연 얼마나 빨리 달릴까? 몇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 좁은 골목길에서도 무지막지하게 빨리 달리는 자동차.
- 고속도로에서 레이싱을 즐기는 차들. 물론 깜박이릉 안 켜고 끼어드는 경우도 꽤 많다.
-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들. 횡단보도를 지날 때는 사람이 꼭 차가 지나다니는지 확인해야 한다.
-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등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보호 우회전시 빨리 지나가지 않으면 경적을 울린다.
- 신호대기 중에 초록불이 들어와 있음에도 바로 출발하지 않으면 뒤차들은 경적을 울린다.
- 신호가 바뀌는 과정인 노란불임에도 어떻게든 지나가려고 한다. 특히 꼬리물기는 자주 볼 수 있다.
- 시내버스의 경우에는 내리기 전 미리 서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빠른 시간에 뒷문이 닫히기 때문에 자칫 못 내릴 수 있다. 내릴 때에도 문이 빨리 닫히기 때문에 남녀노소 할꺼없이 빠른 시간 내에 하차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사가 이미 문을 닫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 신호 대기중에 정지선을 잘 지키지 않는다. 아직 신호가 파란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는 차들이 많다.
- 자주 차선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무리하게 끼어든다. 그 이유는 빨리 가기 위해서다.
- 배달 오토바이의 경우는 수시로 신호를 무시한다. 그 이유는 빠른 시간 내에 배달음식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빨리빨리 현상은 더 있다. 다만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서 그 이상은 생략한다.
아직도 효율적인 “빨리빨리” 문화
우리나라는 한때 한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망자만 1만명에 육박하는 “교통사고 대국”이었다. 마치 매해 교통사고와 전쟁을 치르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점차 감소하여 2019년에는 3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다행이도 매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사고 발생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망자 수가 줄어든 건 다행이라도 사고 발생건수가 줄지 않는 것은 아직도 교통사고 발생 요인이 개선이 안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 일처리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이든 학교든 관공서든 인터넷 쇼핑몰이든 간에 뭐든지 빨리 처리하고 빨리 하길 원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인 “쿠팡”에서 로켓 배송이라는 당일 배송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빠른 일처리는 나름 효과적이고 장점이 있다. 그리고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유럽이나 미국등의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로써 산업화에 뛰어는 대한민국은 불과 50여 년 만에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과 산업화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경제 성장의 큰 원동력은 “빨리빨리” 문화다. 원래 여유롭게 느릿느릿 했던 한국인들이었지만 60~70년대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빠른 일처리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가난을 빨리 벗어나고자 빨리빨리 일을 했고 그 결과 엄청난 속도로 경제 발전 및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 일상에서는 “빠름”이 강조된다. 빠른 일처리와 대응을 위해 빨리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생활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조바심과 조급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교통 문화도 자연스레 “빨리빨리”가 몸속에 배어 있는 것이다.
당연히 도로에서도 빨리빨리 이동이 될수밖에 없다. 바쁜 일상에서 아침 출근길은 너도나도 빨리 이동을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또한 거래 마감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되도록 빨리 물건을 배송을 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한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교통사고 발생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도 꽤나 향상되었다. 또한 법 개정이 많이 되어서 그만큼 개선이 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교통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아직도 도로에서는 “빨리빨리”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느림의 미학
여전히 우리 일상생활은 “빨리”해야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로에서도 “빨리” 이동을 하도록 알게 모르게 강요받는다.
최근에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에서는 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사례를 보면 도심지 도로의 속도제한을 기존의 시속 60 킬로미터에서 시속 50킬로미터로 낮춘 바 있다. 따라서 현재 도심지 도로에서 단속카메라의 제한 속도는 시속 50 킬로미터이다.
속도를 줄이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자동차의 통행 속도가 낮아지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만큼 상해를 입을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 또한 속도를 줄이게 되면 제동거리도 그만큼 짧아지기 때문에 도심지 내에서 속도 제한을 더 낮춰서 사고 발생률을 줄이자는 의도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자동차의 속도를 약간이나마 줄여야 할때다. 속도를 조금이나마 줄이게 되면 그만큼 사고의 발생률도 낮아지고 대응력도 높아지게 된다. 도심지에서 속도 제한을 두는 것은 사실 세계적인 추세이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도심지의 속도를 시속 30 킬로미터로 제한을 두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 국가들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속도를 줄이는게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내가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 없는 요인이 내 주변에는 꽤 많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빠른 업무처리나 이동을 요구한다면 본의 아니게 속도를 줄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는 선진국 수준이다. 과거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했고 현재도 지속적인 성장중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한없는 욕심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빨리빨리” 하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국가는 부유해지고 개인의 경제 상황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 생활에는 여유로움과 느림의 맛을 느낀지 꽤나 오래다. 생활은 편리해졌고 배고픈 사라졌지만 여유로움에서 오는 그 즐거움을 못 느끼는 그런 삶이 행복할까?
빠르다는 것은 꽤나 효율적이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빠름으로 인해 일상 생활은 그리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여유롭고 느리지만 제대로 되고 누구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생활은 과연 언제 올까? 도로에서 부터 여유로움이 널리 전파되었으면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