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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것은 때론 낭만이 될 수 없다…

2021년 새해… 작년 이맘때와는 다르게 수시로 눈이 내리고 있다. 그리고 기온은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매우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기온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1월에 내리던 눈은 녹지 않고 거리나 도로가 빙판이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12월부터 2월말까지2월 말까지 매우 추운 날씨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2월부터 2월 말까지는 수시로 온 세상을 뒤덮는 하얀 “눈”이 자주 내리는 편이다. 

눈이 내린다는 것은 “겨울”을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연 현상이다. 이는 북반구의 같은 위도상의 국가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한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위도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에 기온이 꽤 내려가는 지역 중 하나이다. 같은 위도인 유럽의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등이 겨울에도 온화한 기후를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겨울에 꽤 춥고 눈도 많이 내린다.

눈이 내리는 것은 꽤나 낭만적이다..

보통 눈이 내리는 것은 다른 자연 현상에 비해 신비롭고 꽤나 낭만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눈이 오는 날에 바깥의 풍경을 보면 동화 속의 겨울 왕국을 보는 것과 같이 아름다웠다고 느꼈던 거 같다.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리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매우 낭만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TV나 영화 속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의 모습을 보여주며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거나 청춘남녀들이 사랑을 나눌 때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리는 장면을 부각하기도 한다. 

특히 눈이 내렸을때 밖에 나가서 하는 행동들은 꽤나 낭만적이고 추억을 돋게 하는 것들이 많다. 가장 많이 하는 행위는 눈사람 만들기이다. 눈이 펑펑 쏟아졌을 때 어린아이들이 제일 재밌어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한번쯤은 요런 눈사람을 만들어 본적이 있다 – pixabay

위의 사진처럼 어렸을때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눈사람을 친구들이나 동생들과 함께 만들어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눈사람은 어린이 동화책에도 등장하는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그래서 눈이 많이 오는 날 어린 아이들에게는 동화책이나 TV에서 봤던 애니메니션의 장면을 떠올린다. 눈을 만지는 것은 차갑지만 뭉치고 굴리는 일을 재미있으며 두 덩이의 눈 뭉치를 붙이면 위의 사진과 같이 눈사람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사람과 같이 눈, 코, 입을 만들어 주는 것은 필수다! 

또 눈이 오면 아이들끼리 자주 하는 행동은 “눈싸움”을 하는 일이다. 눈이 쌓여서 눈을 뭉칠수 있는 수준이 되면 아이들은 그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눈을 뭉쳐서 친구나 형제들에게 눈을 던지기 시작한다.   

눈싸움을 해봤으면 알겠지만 어린 동심에 상대방에게 눈을 던져서 맞추면 그만큼 스릴있는게 없다. 눈덩이를 안 맞기 위해 요리조리 피하는 재미와 방심한 사이에 제대로 눈덩이를 맞았을 때 그 허탈함… 아이들과의 눈싸움은 그만큼 재미있고 추억이 돋으며 매우 낭만적이었던 거 같다.  

성인이 되기 전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눈이 오는 것은 사춘기때의 또 다른 추억과 낭만이었던 거 같다. 신체적인 부분은 성장했지만 아직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던 시절의 눈은 첫사랑과 함께 낭만적이고 순수함을 즐길 수 있는 모습을 꿈꾸곤 한다.  

사춘기 시절 풋풋한 모습들의 남녀가 눈이 오는 길을 같이 걸으며 설레임과 낭만을 즐기는 것은 눈이 올 때쯤에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모습이다. 그만큼 눈이 온다는 것은 눈이 오는 불편함과 추운 날씨를 뒤로 한채 동화책, TV 드라마,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꽤나 낭만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눈이 내리면 꽤나 불편하다….

지금까지는 눈에 대한 낭만이나 장점에 대하여 얘기를 했지만, 실제로 눈이 내리면 꽤나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눈이 오는게 좋은 시절은 아마도 학창 시절 때 거기까지인 거 같다.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금새 이해할 것이다. 20대 초반에 군 시절… 군 시절의 겨울은 춥고 배고프며 특히 눈이 많이 오는 시기가 되면 눈을 치우느라 매우 고생하게 된다. 그때부터 눈이 내리는 게 싫어지기 시작한다.  

내가 군 시절만 하더라도 눈이 내리면 즉시 치워야 하는데 기계적인 장비를 사용하는게 아닌 인력을 투입해서 서까래 같은 걸로 눈을 밀어서 치우거나 대빗자루로 쓸어서 치우는 일을 해야만 했다.  

치우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눈이 계속 쌓일 경우에는 계속 치워야 하기 때문에 꽤 고된 일이었다. 치우면 쌓이고 치우면 쌓이고… 군 복무 시절에 눈 치우는 일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 중에 하나였다.  

성인이 되어서 눈이 올때가 좋았던 적은 연인과의 데이트 때 눈이 올 때뿐이었던 거 같다. 그 외에는 이동과 출퇴근이 무척이나 어려워지기 때문에 눈이 오는 것은 현재는 매우 달갑지 않은 듯하다.  

눈이 내리면 도시에 사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동의 불편함이 상당하다.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하면 그나마 낫지만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차가 막히거나 도로가 미끄러워 운전에 상당히 애를 먹는 경우가 생긴다. 최근에 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 때문에 대형 사고가 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눈이 내리게 되면 이동과 교통에 꽤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눈이 내리는 것은 이제는 그리 환영하지 못하는 거 같다. 

나이가 들더니 눈이 내리는게 낭만이 아니더라

최근 1월달에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에서는 퇴근길에 교통이 마비되고 집까지 가는 데에 3~4시간씩 걸리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나 또한 퇴근길에 갑자기 고속도로에서 눈이 내리는 바람에 시야가 잘 안 보이고 차가 서행하며 운전이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집까지 가는 시간은 많이 걸리진 않았다.) 

그래서 이번 눈이 내리는게 꽤나 싫었던 거 같다. 눈이 내리는 것은 출퇴근에 방해가 되고 길이 미끄러워서 걷거나 운전을 하는데에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며칠이 지나서 영상은 기온으로 올랐을 때 눈이 녹아서 교통이 정상적으로 복귀되었지만 다시 눈이 온다고 하니 약간 걱정이 생기기도 한 거 같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눈을 싫어하게 되었지?” “난 원래 눈이 내리는것을 즐겼는데…” 

그렇다. 나도 동심에 세계에 있던 어린 시절에는 눈이 내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눈이 내리면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같이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고 신났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리면 더 들뜨기도 하였던 거 같다.  

하지만 이제 눈이 내리는 것은 내겐 불편함을 초래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가정이 생기고 아이들을 돌봐야할 가장이 되어서일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평상시에도 출퇴근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눈이 내리면 그 어려움이 배가 되기 때문에 눈은 더 이상 내겐 낭만이나 즐거움을 주는 현상은 아닌 것이다.  

한편으론 되돌아보니 씁쓸하기도 하다. 그 어렸을때 동심의 세계나 낭만이 더 이상 내 머릿속엔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 “눈”이 내리는 날을 좋아했던 그 마음이 사라진 게 꽤나 아쉽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것은 아직도 나 외에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낭만과 즐거움을 주는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나 같이 생업으로 인해 눈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 제외하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