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한다. 그 이유는 출퇴근 때문이다. 집과 회사의 거리가 3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일반 도로로 달리기에는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만약 일반 도로를 이용하면 출퇴근 시간 교통정체로 인해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보다 거의 두배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통행료가 부담이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고속도로는 출퇴근 시간이면 항상 막힌다. 수도권의 교통 상황은 뭐 어쩔수 없다. 경기도 안에만 무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니 막히는 건 당연하다. 안 막히는 이상할 것이다. 막히는 도로라고 해도 고속도로는 확실히 빠르다. 중간중간 정체는 발생하지만 슬슬 슬 빠지다 보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참 이해 안되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꽤 본다. 고속도로의 1차선은 추월 차선인데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달리는 차들 때문이다. 막히던 막히지 않던 이상하게 그들은 1차선으로 무리하게라도 끼어든다. 그러면서 천천히~~~~ 달린다….
이들 차들 덕분에 고속도로는 막히지만 더 막힌다. 빨리 갈 자신이 없으면서 왜 굳이 그들은 1차선을 타려고 할까? 초보운전 딱지를 붙인 아주머니가 막히는 도로에서 1차선을 천천히 달리는 경우도 봤다.
혹시 도로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걸까?
지정차로제를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도로교통법으로 도로의 안전과 통행 속도의 효율을 위해 지정 차로제를 실시하고 있다. 1999년에 일시적으로 폐지되었다가 다시 부활해서 현재도 적용 중이다.
지정차로제는 쉽게 말해서 각 차선별로 주행 방법이나 차종에 따라 통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의 경우에는 보통 1차선은 추월차선, 2차선은 주행 차선이다. 추월차선은 앞의 차를 추월하기 위해 사용하는 차선이므로 앞의 차를 추월했을 시에 원래 차로인 주행 차선으로 복귀해야 한다.
다만 수도권의 경우에는 수시로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속 80 km/h 이하로 통행 속도가 떨어지면 예외로 1차선 주행이 허용된다.
지정차로제는 일반 도로에도 적용되는데 편도 2차선의 경우에는 왼쪽에는 승용차, 오른쪽에는 대형,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 원동기 등이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승용차는 2차선 다 주행이 가능하며 오른쪽만 주행할 수 있는 차들이 좌회전을 하거나 유턴을 하게 된다면 왼쪽 차로로 잠시 진입이 가능하다.
차선이 편도 3차선 이상이면 보통 홀수로 지정이 되는데 3차선이면 1차선은 왼쪽, 2~3차선은 오른쪽이 된다. 편도 5차선은 왼쪽 2개 차선이 왼쪽, 오른쪽 3개 차선이 오른쪽 차선이 된다. 트럭이나 화물차, 버스 등이 왼쪽 차선을 주행하고 있으면 안 된다.
하지만 지정차로제는 사실 잘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일반도로보다는 고속도로에서 더욱더 지켜지지 않는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1차선 즉 추월차선으로 정속 주행이다.
추월차선은 도로교통법에도 나와 있지만 주행을 하는 차선이 아니다. 잠시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진입했다가 추월을 하고 나면 주행 차선으로 복귀해야 한다. 하지만 텅 빈 고속도로에서도 이를 잘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꽤 많다.
본인이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해서 계속 추월차선으로만 주행하는 것도 규칙 위반이다. 추월을 하고 나면 반드시 주행 차선으로 복귀해야 하지만 빨리 간다고 무작정 추월 차선으로 주행하는 차들도 꽤 있다. 이들도 명백히 지정차로제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60조 제1항에서는 고속도로 지정차로 통행 위반에 승용차는 범칙금 4만 원에 벌점 10점, 승합차 등은 범칙금 5만 원에 벌점 10점이 부과된다고 한다.
지정차로제가 뭐야? 먹는 거야?
명백히 도로교통법에도 명시가 되어 있지만 이를 지키는 운전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모 언론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들의 약 10% 미만이 지정차로제를 잘 지킨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꽤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고속도로를 다니다 보면 교통 체증도 한몫을 하지만 이상하게 추월차선인 1차선은 서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빠르게 이동하는 것도 아니다. 꼭 누군가는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추월차로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교통 체증이 심해져도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차선 변경 횟수가 너무 잦다. 특히 유독 추월차로인 1차선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꽤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추월차로가 더 빠른 것도 아니다. 심지어는 추월차로의 차들보다 2차로, 3차로의 차선에 차들이 없을 때도 많다.
문제는 이것뿐만 아니다. 한가한 상태의 고속도로에서도 1차선을 유유히 점유하며 뒤차가 오든말든 정속 주행을 하는 차들도 꽤 보인다. 결국 추월하는 차들은 다른 차선으로 이동하여 추월하는 수밖에 없다. “추월차로”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왜 유독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1차선 주행을 고집할까? 안전 때문일까? 아니면 1차선 주행을 하면 더 편해서 일까?
최근에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에서도 “지정차로제”에 대한 문항을 더 늘리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로상에서는 지정차로제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고속도로 암행 순찰차가 단속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많은 차들을 다 단속 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렵다.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지정차로제”에 대한 무지가 동반될 수도 있다. 알면서도 안 지키는 것 보다 모르고 안지키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추월차선에서 주행하는 차들도 보이는 걸로 봐선 이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거 같다.
지정차로제가 잘 지켜지지 않으면 사실 교통 흐름에 방해 요인이 되기 쉽다. 그 이유는 고속도로에서 추월차선과 주행 차선에 동시에 차가 주행하면 뒤차는 추월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활한 흐름을 위해 추월차선의 개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추월을 하기 위해서는 잦은 차선 변경을 해야 가능하다.
왜 굳이 추월차선으로 정속 주행이나 느린 주행을 하는지에 대해 이유를 살펴보면 이렇다.
- 1차선을 주행하게 되면 오른쪽만 신경 쓰게 되니 편리하다. 왼쪽은 신경 안 써도 되기 때문이다. (중앙 분리대가 있으니)
- 다른 사람들도 다 1차선으로 주행하니 나도 그렇게 주행하겠다.
- 1차선이 그냥 좋다. 1차선으로 주행하면 마음이 안정된다.
- 내가 1차선을 주행하겠다는데 남이사 무슨 상관? 내가 피해를 주나?
- 1차선으로 계속 주행해도 되는 줄 알았다. 추월 차선이 뭐지?
- 1차선이던 2차선이던 고속도로 속도제한은 시속 100 킬로미터인데 왜 내가 잘못이냐?
- 우리나라는 원래 교통 정체가 심하니 1차선이던 2차선이던 지정차로제는 의미 없다.
대략 사람들의 심리는 이러지 않을까 싶다.
고급 자동차 브랜드 제조사가 있는 독일. 독일은 유럽에서도 교통 선진국으로 정평이 나있다. 필자는 독일을 방문하고 직접 독일의 아우토반(무제한 고속도로)을 운행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놀라웠다. 독일의 지정차로제는 매우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편도 2차선의 고속도로에서 웬만해선 승용차든 승합차든 간에 1차선으로 주행하지 않는다. 추월할 때만 1차선을 타며 이내 주행 차선으로 복귀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운전을 해봤을 때 꽤나 신기했던 모습이다.
속도가 무제한이기 때문에 시속 200킬로든 300킬로든 추월차선은 무지막지하게 달린다. 대략 예감으로는 시속 250 킬로미터 이상 달리는 차들도 봤다. 또 이런 모습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간혹 추월차로에서 주행을 하는 차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시속 170킬로미터 이상 달렸다. 여기서 뒤차가 따라붙었고 매우 가깝게 붙는걸 봤다. 한동안 비켜주지 않다가 워낙 가깝게 차를 붙이니 이내 비켜준다. 독일에서 위협운전은 없는줄 알았는데 있긴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뒷차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켜줘야 하는 것을 안 비켜주니 그런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헤드라이트를 켜거나 경적을 울리지는 않았다.
물론 독일과 우리나라는 교통 사정이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경험을 했을 때 이 정도로 지켜지면 우리나라도 교통의 흐름이 훨씬 더 원활해질 거 같다. 다시 돌아와서 보니… 여전히 추월차선에서 정속 주행하는 차들은 있었다.
교육을 철저히 시키거나 단속을 강화하거나
사실 나 조차도 면허를 딴지 얼마 안 되어서는 지정차로제를 잘 지키지 않은 듯하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단 교육의 부족과 면허시험에서 그렇게 강조해서 가르친 적이 없는 듯했다.
나 조차도 지정차로제에 대해서 무지했던 것이다. 면허를 딴지 20년이 지났지만 대략 10년 전에 운전을 자주 하고 나서야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교통 규칙이나 운전 방식에 대한 교육이 매우 부족하다.
한때 운전면허가 간소화된 적이 있는데 이때 면허 시험 난이도는 정말 한심한 수준이었다. 시동을 켜고 50 미터만 전진하면 면허를 줬는데 이렇게 운전면허를 딴 사람들이 도로에서 어떨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면허 시험 난이도는 너무 쉬운 편이다.
면허 시험이 쉬운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많다. 그 단점이 바로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교통사고 사망률이 다른 선진국들이 비해 꽤 높다. 예전에 비해서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정차로제도 제대로 교육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안전하고 원활한 흐름의 교통이 이루어지려면 교육이 꽤나 중요할 것이다.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은 1년 혹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교육을 강제하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 물론 비용은 자기 부담으로 말이다.
뭐든 강제해야 사람들은 지키거나 관심을 가진다. 교육도 강제해야 하고 특히 지정차로제 단속도 더 강화해야 하는게 맞다. 최근에는 암행 순찰차나 드론 같은 도구로 단속을 한다고 하니 좀 더 단속을 강화하면 “지정차로제”는 좀더 잘 지켜질 수 있다.
지정차로제는 쉽다
지정차로제를 지키는 건 쉽다.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주행 중이면 2차선 이하로 다니고 추월을 할 때는 잠시 1차선으로 갔다가 이내 2차선 이하로 복귀하면 된다.
교통체증이 발생한 도로에서는 예외이다. 이때는 1차선 즉 추월차선에서 주행을 해도 된다. 만약 체증이 풀리게 되면 추월차선을 비워두면 된다.
한적한 고속도로에서는 2차선 이하로 달리면 된다. 만약 1차선으로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뒤에 차가 접근한다면 이내 비켜주면 된다. 그리고 한적한 도로라도 되도록 1차선을 달리지 않으면 된다. 내가 정속 주행이고 뒤차가 과속이라고 하더라도 추월차선에서는 비켜주면 그만이다.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위와 같이만 해도 우리나라의 지정차로제는 생각보다 꽤 잘 지켜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이 1차선 정속 주행은 되도록 삼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