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보이는 자동차 관련 광고를 보니 최근에는 수입차들의 광고들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부터 고급으로 대표되는 외제차들이 경쟁적으로 국내 TV나 미디어에 광고를 내보내는 일이 부쩍 늘었는데 그만큼 한국인들의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 주변에는 TV에서만 보던 고급 외제차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현대, 기아차로 대표되던 차들은 아직도 즐비하지만 이들 차들은 “고급” 이미지는 아직까진 아니다. 그나마 현대차에서 출시한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독일산 고급 브랜드들에 비해 밀리는 편이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서울 강남의 길거리를 가면 늘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워낙 고가의 외제차들이 도로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잘못해서 접촉 사고라도 났다가 큰일이 난다. 대물 배상 10억짜리 보험을 들긴 했지만 혹시라도 사고를 낸다면 나같이 현대 준중형급 승용차를 모는 사람에게는 손해가 끼칠 수밖에 없다. 즉 강남이라는 동네는 가기만 해도 주눅이 들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산, 미국산, 영국산들의 고급 자동차들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운전에 거침이 없다. 물론 대다수가 그런건 아니지만 길거리에 이치를 이미 깨달았다는 듯이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안 켜고 끼어들거나 신호 위반, 난폭 운전을 일삼는 고급 외제차 운전자들이 종종 보인다. 과속 단속 카메라도 그들에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눈치다.
주차의 경우에도 거침이 없다. 대로변에 버젓이 세워놓는다던지 불법 주차 구역에 보란듯이 주차를 해놓고 다닌다. 마치 딱지를 떼고 싶으면 뗴라~라는 듯이….
참고로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벤츠”, “BMW” 의 국내 시장의 매출은 전 세계에서 5위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특히 벤츠의 경우에는 수입차 브랜드에서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브랜드이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수입차 접근이 쉬워졌다.
대략 2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를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물론 이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게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를 제조할 수 있는 국가는 몇 되지 않는다. 자동차 왕국 미국,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지가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이 자동차를 제조하지만 기술 수준은 아직 떨어지는 편이다.
즉 제조업 강국에서만 자동차를 제조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한국은 이미 몇십년전부터 자동차를 자체적으로 제조했기 때문에 국내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들인, 현대, 기아, 대우, 쌍용 등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었다. 굳이 자동차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른 국가들이 대부분 자동차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편이지만 한국은 예외라고 볼 수 있다. 이미 1980년대부터 국산차는 국내 시장 곳곳을 누볐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국산차를 구입하고 애용했다. 굳이 수입차를 탈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내 주위에서 수입차는 손에 꼽을 만큼 보였고 대다수는 국내 제조사들의 자동차가 도로에서 굴러다녔다고 보면 된다. 국산 승용차가 새 모델이 출시되면 신기한 눈빛으로 구경하는 모습이 추억에 도는 듯하다.
그러다 IMF 이후로 한국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고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높아진듯 하다. 2010년대 접어들면서 고급 수입차들이 서서히 길거리에서 보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독일 3사의 브랜드와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의 외산 자동차들의 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한 거 같다. 거기에 삼성차가 르노에 인수되고 대우가 GM에 인수되면서 무늬만 국내산인 자동차들이 지속적으로 보급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도 본격적으로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그렇게 외형적으로 성장하던 국내 수입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현재는 전체 시장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독일산 고급 브랜드인 벤츠와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2위를 서로 다투는 제일 인기있는 브랜드이다. BMW와 아우디의 경우에는 몇 년 전에 여러 이슈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위상은 아직도 굳건하다.
이제 수입차는 어느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구입을 생각해 보는 상황에 있다. 최소 4천여만 원이 있으면 독일 3사 브랜드의 차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저렴한 걸로 말이다.
또한 자동차 문화의 분위기가 바뀐 것도 한몫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자동차에 돈을 투자하고 자동차를 꾸미고 자동차를 튜닝하고… 사회 초년생들이 돈을 벌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에 힘입어 수입차의 비율은 국내 시장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자동차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고 한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전 세계 각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고급차로 대표되는 “벤츠” 혹은 “BMW”라는 점이다.
잘 알겠지만 “벤츠” 나 “BMW”는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꽤나 비싸다. 중형 세단의 경우에도 최소 6천여만원을 호가하는 가격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저것 옵션을 더한다면 1억여 원이 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비싼 가격대의 차들이 제일 많이 팔린다는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내 주변에 현실은 연봉 5천만 원 받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그만큼 부자들이 많다는 뜻이 될까?
이런 독일산 고급 브랜드들의 차는 요즘은 매일 같이 길거리에서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퇴근할때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는데 벤츠, BMW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산 차들인 도요타, 렉서스, 인피니티 등등도 보이며 랜드로버, 아우디, 재규어 등등의 고급 브랜드의 차들과 포르셰, 페라리 등등의 슈퍼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뿐만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외곽에 있는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지 않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외제차가 즐비하다. 벤츠, BMW는 너무 많이 봐서 지겨울 정도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는 현대 준중형 차에 들어가는 유지비도 사실 조금 아까운 편인데 이 사람들은 이런 차들을 어떻게 구입하고 유지하는지 나름 궁금하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약간은 혼란스럽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그러게 부자들이 많았다는 건가? 고급 수입 외제차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경제력은 갖춘 사람들이 주로 타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특히 벤츠같은 차들은 워낙 가격대가 비싼 편이고 유지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은 빠듯한 살림에 설사 구입은 하더라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들 벤츠같은 차는 고소득 전문직이나 기업의 CEO, 임원,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타고 다닌다면 그러려니 할 거 같다.
하지만 주변에 보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급 브랜드의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 소득이 충분하다면야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나같이 샐러리맨이 사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은 형편이 괜찮을까?
얼마전에 같은 직장에서 모 여직원이 벤츠 SUV를 구입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물론 그 여직원은 몇 개월 전부터 계약을 맺어서 출고를 기다린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구입했다는 차를 보니… 신차가 아니었다. 중고로 벤츠 SUV를 구입했던 거 같다. 그 이유는 최근에 구입했다고 했지만 번호판의 앞자리가 2자리였기 때문.
신차면 당연히 3자리였을것인데 2자리인 거 보니 중고차가 확실했다. 물론 그 벤츠 SUV는 신차로 구입하면 6천만 원대의 꽤나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 그 여직원은 왜 굳이 거짓말을 했을까?
구입한 차를 자랑하면서 하는 말에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이 그 벤츠 SUV를 구입하고 시내를 주행하면서 예전보다 운전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국산차를 몰 때는 끼어들기가 어려웠지만 벤츠 SUV를 운전하고 나니 시내버스도 알아서 비켜주더라는 것.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에게는 그 차가 자신의 위치를 나타내는 상징물인걸로 생각했나 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직장인이지만 벤츠 SUV를 몰고 다니면서 상대방들이 자신을 대하는 게 달라진 거에 대해서 쾌감이나 만족을 느끼는 듯했다.
비단 예를 든 위 사례만 그런것은 아닐 것이다. 벤츠라는 브랜드가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왜 1위인지 언뜻 알꺼같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이상한 허세문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대한민국. 그러나 IMF 이후로 빈부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중산층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집 한 채 구입하기 어렵다. 부동산은 끝도 없고 오르고 있고 다 오르지만 내 월급은 오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4인 가족이 어느 정도 먹고살려면 월 4백 이상 벌어야 그나마 살만하지만 연봉 5천 이상 받기에는 일반 서민들이 쉽지 않은 금액이다. 따라서 맞벌이는 필수고 이런 부담으로 인해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는 이상하게 가격도 오르고 비싼 브랜드라고 해도 아주 잘~팔린다. 도로에는 벤츠, BMW, 아우디라는 고급 브랜드들의 차들이 넘쳐나고 있다. 현실과는 좀 다르게 잘 사는 사람들도 많나 보다.
그런데 그 이면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볼 수 있다. 고급 수입차라고 해도 반드시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형편이 괜찮은 사람들만 구입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일반 직장인들도 벤츠, BMW라는 수입차 브랜드들을 구입하고 있다. 혹은 장기 렌트나 중고차를 구입해서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직장에서 거래처에 아는 사람이 BMW 세단을 몰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국산차를 절대 타고 다니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국산차는 차 성능이 떨어지고 사고가 나면 위험하며 결함 발생 시 대처를 잘 안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국내 제조사인 현대, 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까지도 절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제조사들의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수용과 수출용 차의 품질 차이가 있다거나 심각한 결함이 있어도 늑장 대처를 한다던지 다른 제조사들과 다르게 은폐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얘기는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입증된 적이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대, 기아차의 신뢰도는 수입 브랜드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이런 이유로 국산 브랜드의 차들을 타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러나 그들의 논리는 솔직히 설득력을 얻기에는 충분치 않다. 그 이유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들의 차가 결함이 있거나 서비스가 별로라고 해서 수입차를 구입하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이나 서민들은 선뜻 구입하기 어렵다. 나 같은 경우에도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국산차를 타는 게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다.
현대, 기아차는 고급차의 이미지는 분명히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저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대신에 이들 차는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다는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이만한 가격에 이 정도 품질과 성능이면 나쁘지 않다는 의미이다.
사고가 나면 벤츠던 BMW던 현대차던 간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되도록 사고가 안나야 하는 것이고 일부러 사고를 내면서 이 차가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충돌 시험에서 우수한 성능이 냈다고 해서 그 차가 사고 발생 시 상해를 입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차의 성능이나 품질 때문에 수입차를 구입해야 된다는 것은 괜찮은 논리는 아닌 듯하다. 일반 서민들은 그런 차들을 구입할 수도 없고 의사도 없다. 당장 생활을 꾸리는데 지장이 없으면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떤 이유로 그렇게 수입차를 무리하면서 까지 구입을 할까? 몇 년 전에 방송에서 어떤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에 맨 앞에 차를 국산 경차와 벤츠 세단을 세워놓고 신호가 바뀌었을 때 출발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얼마 만에 뒤차가 경적을 울리는지 말이다.
실험 결과는 꽤나 웃프다. 국산 경차는 무려 1~2초 만에 뒤차가 빵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반면에 벤츠 세단은 10초가 지나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걸 볼 때 우리나라 도로 문화는 가격이 비싼 차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게 증명된 셈이다.
이러니 도로에서 가격이 비싼 고급 외제차들 앞에서는 다른 차들이 순한 양이 되는 것이다. 또한 고급 외제차는 사고가 나면 수리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사고를 상대방이 냈더라도 과실에 따라서 손해가 막심하다. 즉 규모의 경제 논리에 아주 충실한 셈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누구를 만나거나 대할 때 내 차가 어떤 차인지 보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일례로 아는 후배가 아우디 세단을 끌고 다니는데 클럽에서 아우디 브랜드 마크가 박힌 차키를 테이블에 살짝 올려놓으니 즉석 만남이 바로 이루어졌다는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는 실제로 주변에서도 꽤나 먹히는 방식이다. 특히 독일산 고급 브랜드인 벤츠, BMW 등을 소유하고 있으면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다. “어떻게 저렇게 잘 나가지?”부터 “어떻게 돈을 벌었지?”, “뭐하는 사람일까?”라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즉 고급 외제차 브랜드는 그 사람의 “부”, “명예”, “성공”, “높은 위치”를 상징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전, 독일을 여행한 적이 있다. 독일 하면 위에서 언급한 고급 브랜드 차들의 고향이다. 그래서 그 전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독일에 가면 벤츠, BMW를 마음껏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도로에는 벤츠를 거의 볼 수 없었다. 간간히 BMW 마크를 단 차들을 볼 수 있었고 아우디도 드물게 봤다. 주로 푸조, 시트로엥 등의 프랑스제 차들이 많이 보였고 현대차도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알고 보니 독일에서도 벤츠, BMW, 아우디 등은 고급차 이미지였다. 일반 서민들은 고급차들을 잘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상과는 다르게 독일인들은 꽤나 실용적인 자동차 문화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게 있다. 대한민국에서 고급 외제차들이 많이 팔리는 것은 일종의 “허세” 인 듯하다.
카푸어는 되지 말자
한때 대중교통을 타는 게 불편해서 자동차를 꼭 사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다. 그래서 중고차를 받아서 1여 년 동안 마음껏 출퇴근을 하고 다닌 적이 있는데 1여 년 만에 차를 폐차시켰다. 사회 초년생이 내가 유지비가 감당이 안됐던 것이다.
수도권에서 직장을 다니면 외곽 지역이 아닌 이상에야 자동차는 굳이 필요 없다. 워낙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에는 수도권에 촘촘히 들어서 있어서 시간이 좀 걸려도 나름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출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이 발생하면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 꽤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현 경제 상황은 꽤나 어렵다. 청년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고 직장인들은 자리 유지하기 벅차다. 물가를 비롯한 모든 게 오르는데 반해 내 월급은 올리기가 정말 어렵다. 그럼에도 고급 외제차들을 구입하는 직장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카푸어로 고생하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 그놈의 허세가 무엇이길래 어려움을 자처할까? 벤츠, BMW의 제일 저렴한 차라고 해도 4천여만 원인데 할부로 구입한다고 해도 이자까지 월 80만 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거기다가 주유비, 보험료, 소모품비 같은 유지비는 추가로 빠져나간다.
경제가 어렵다고 청년이 어렵다고 하면서 내 경제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나도 사회초년생 때 차를 운영해 보고 자동차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나가는 물건이라는 것은 뼈저리게 깨닫고 나서 결혼하기 전까지 차 없이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결혼 후 어쩔 수 없이 현대 준중형 승용차를 “중고”로 구입했다.
난 차에 대한 욕심은 딱히 없다. 차는 단순히 운송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고장 없이 잘 굴러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봐도 수입 외제차를 구입해봤자 감가상각이 워낙 극심해 신차를 구입하는 순간 그 가치는 매우 떨어진다. 즉 부동산이나 다른 투자 물품에 비해 이익이 별로 없는 물건이다.
즉 사봤자 손해인 물품이 자동차다. 은행 예금은 이자 수익이 워낙 적어도 그 돈은 유지된다. 부동산은 구입하면 최근 추세로 봤을 때 절대 손해는 안보는 수단이고 전세라고 해도 그 보증금은 내 자산이 된다. 하지만 자동차는 구입해도 전혀 이득이 없고 오히려 돈만 빠져나가는 손해인 수단이다.
만약 자동차로 생계를 꾸리면 얘기가 살짝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의 값어치는 떨어질지 몰라도 자동차로 수입이 생긴다면 당연히 자동차는 필수품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이동 수단이 되면 자동차의 가치는 별 볼일 없다.
현재 중고차로 타는 준중형 승용차도 꽤나 만족하면서 타고 있다. 별다른 고장이 없고 유지비도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자동차세와 주기적인 소모품 교체 비용이 들지만 자동차 1대 굴리려면 어쩔 수 없다. 나와 내 가족의 발이 되어 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형편이 좀 나아지고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당분간은 이 차를 팔거나 다른 차로 바꿀 계획은 없다. 아이들이 크고 학교 등원을 시킨다면 추가로 국산차 1대를 구입해서 2대로 운영할 생각이다. 물론 이 계획은 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와 와이프가 1대씩 차가 있어야 이동하기가 원활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아직은 필요 없으므로 현재 1대면 족하다.
오히려 차를 살 돈으로 저축을 해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게 내 목표다. 한번뿐인 인생 욜로(YOLO)로 즐기자는 사람들에겐 할 말은 없지만 요즘 같이 어려운 시대에는 나의 계획이 더 현명할 듯하다. 차는 더 이상 내게 교통수단 그 이상도 아닌 비싼 물건일 뿐이다.